일을 잘한다는 것, 그리고 작은 변화를 만드는 일

2026. 7. 5. 23:30·일상

일을 잘한다는 것

내가 생각하는 ‘일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시받은 일을 빠짐없이 끝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맡겨진 임무의 의도와 동기, 목적을 먼저 이해하고, 그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제한된 시간 안에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완수할 수 있고, 개인의 성과를 넘어 조직에도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군 조직에서는 이런 방식의 접근이 쉽지 않다고 느낀다. 많은 경우 지시를 받은 사람이 스스로 판단해 더 효율적인 방법을 시도하기보다, 상관이 지시한 방식 그대로 수행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시와 다른 방법을 선택해 일을 처리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결국 실행한 사람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지시받은 방식 그대로 수행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책임의 상당 부분은 지시를 내린 상관에게 향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하는 일보다,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일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된다.

그 결과,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 개인이 능력과 성의를 다해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때때로 불필요한 행동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변화에 따르는 책임과 위험 때문에 누구도 먼저 움직이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군 생활 중 군 조직의 문제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육군사관학교 출신 중대장님과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분은 내 이야기를 들은 뒤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도 알아요. 당신 말에 공감합니다. 그런 변화는 흐르는 물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어요.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처음에는 그 말이 조금 낯설게 들렸다. 하지만 곱씹어보니, 변화는 조직에 오래 머무르는 사람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 먼저 시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느껴졌다.

장교는 군인을 직업으로 삼고, 조직 안에서 오랜 시간 자신의 경력과 평정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평가나 향후 경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반면 병사는 정해진 복무 기간을 마치면 조직을 떠난다. 물론 병사 역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조직 내부의 평가나 경력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시도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더 있다.

그래서 나는 병사인 지금이 오히려 작은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쉽게 변하지 않는 잔잔한 호수 같은 군 조직에 작은 돌 하나를 던져, 크지는 않더라도 의미 있는 물결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작은 변화를 만드는 일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은 비효율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현재 나는 인사병이 휴가를 간 기간 동안 인사병 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업무를 직접 맡아보니 인사 업무에는 매일 또는 매주 단위로 반복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해진 정보를 취합하고, 같은 양식에 맞춰 문서를 작성하고,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런 업무는 사람이 매번 처음부터 처리하기보다, 일정 부분을 프로그램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 반복되는 작업을 줄이면 단순히 시간이 절약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입력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업무의 기준을 통일할 수 있으며, 담당자가 더 중요한 판단과 소통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러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사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싶다. 작은 도구 하나에서 시작하더라도, 누군가가 “이런 업무는 꼭 손으로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만들고 싶은 자동화 도구는 당직명령을 내는 과정을 편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당직 편성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조건에 맞춰 명단을 구성하며, 필요한 문서 양식까지 빠르게 만들 수 있다면 담당자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직은 작은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작은 개선이 쌓이면 조직의 업무 방식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만들 도구가 누군가의 시간을 아껴주고, 반복 업무의 부담을 줄이며,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주어진 일을 그저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일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고 더 나은 방법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지금의 군 생활에서도 그 기준을 실천해보고자 한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인에서 모험가로  (0) 2026.07.19
내가 풀고 싶은 문제  (1) 2026.07.11
나라사랑카드(신한, IBK기업, 하나) 혜택 정리  (0) 2026.07.04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원하는가  (0) 2026.07.04
건강한 몸과 운동 능력  (1) 2026.07.02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인에서 모험가로
  • 내가 풀고 싶은 문제
  • 나라사랑카드(신한, IBK기업, 하나) 혜택 정리
  •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원하는가
juwkim
juwkim
예측 불가능한 런타임 환경 속에서 최선의 해를 찾습니다. 눈앞의 배움을 탐욕스럽게 캐시에 담으며, 목표를 향해 끝없이 최적화 해 나가는 치열한 연산과 디버깅의 기록.
  • juwkim
    The Heuristic Learner
    juwkim
  • 전체
    오늘
    어제
    • 분류 전체보기 (27)
      • CS (13)
        • Kdata (4)
        • AI (1)
        • Algorithm (2)
        • 정보처리기사 (1)
        • 정보보안기사 (1)
        • 정보통신기사 (4)
      • Standard Library (4)
        • 어학 (0)
        • 오피스 (4)
        • 한국사 (0)
      • 일상 (10)
  • 블로그 메뉴

    • 홈
    • 태그
    • 방명록
  • 링크

  • 공지사항

  • 인기 글

  • 태그

    DAsP
    워드프로세서
    정보보안기사
    SQLD
    건강
    Cospro
    빅데이터분석기사
    컴퓨터활용능력1급
    PCCP
    AICE
    정보통신기사
  • 최근 댓글

  • 최근 글

  • hELLO· Designed By정상우.v4.10.6
juwkim
일을 잘한다는 것, 그리고 작은 변화를 만드는 일
상단으로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