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물결에 올라탄다는것

2026. 8. 2. 18:44·일상

물결에 올라탄다는 것, 그리고 내가 놓친 것

요즘 주변에서 AI 이야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이러다 내 일자리도 없어지는 거 아니야?" ChatGPT, Gemini, Claude, 그리고 중국의 여러 AI 모델들까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델이 쏟아지고, 그 모델들은 어제까지 사람만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일들을 하나둘 해내기 시작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결코 과민반응이 아니다. 나는 오히려 그게 아주 합리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질문 앞에서 오랫동안 꽤 단순하게 생각해왔다. "시대의 흐름이 그쪽이라면, 물결을 거스르려 하지 말고 그냥 올라타면 되지 않나?"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여겼다. 지금도 크게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생각을 다시 곱씹어보면서,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쉽게 "올라타자"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

나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AI가 몰고 온 변화의 한복판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그 원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이 이미 있고, 관련 커뮤니티와 정보에 접근하기도 쉽고, 무엇보다 이 변화를 위협이 아니라 기회로 해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니 나에게 "AI 물결에 올라타자"는 말은 사실 방향을 조금 트는 정도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말을, 이를테면 20년 넘게 한 분야에서 손기술과 경험을 쌓아온 사람에게 그대로 던지면 어떨까. 그 사람에게 "올라타라"는 조언은 방향 전환이 아니라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20년간 쌓아온 전문성이 하루아침에 무가치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 이제 와서 완전히 새로운 걸 배워야 한다는 부담, 그리고 그럴 시간과 여유가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걱정까지. 나는 이 무게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너무 쉽게 "올라타면 된다"고 말했던 것 같다.

돌아보니 그 낙관은 내 능력에서 나온 게 아니라,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올라탄다"는 건 모두에게 같은 의미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게 있다. "AI 물결에 올라탄다"는 말이 모두에게 같은 행동을 요구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나처럼 관련 전공과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그 말은 AI를 직접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AI 연구원, AI 개발자로서 이 변화의 최전선에 서는 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그런 전문적 전환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AI를 도구로 접목시키는 것에 가깝다. 인간이 시간과 체력, 정보처리 능력의 한계에 부딪히는 지점에서, AI는 상당한 생산성 향상을 가져다줄 수 있다. 마케터가 AI로 초안을 빠르게 만들고 자신의 전문성으로 다듬는 것, 회계사가 반복 작업을 AI에 맡기고 판단이 필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 이런 식의 접목이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현실적인 길일 것이다.

즉 "올라탄다"는 건 모두가 AI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 방식대로 이 도구와 함께 일하는 법을 찾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도 이건 개인의 몫만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리하고 나서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각자 알아서 AI를 활용하는 법을 익히면 된다"는 말도, 결국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로 대체되기 쉬운 영역에서 오래 일해온 사람에게, 지금 당장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방향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이건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 그렇다면 사회가 이 전환의 부담을 함께 나눠야 하지 않을까.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종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전환기 동안의 소득 지원, 새로운 산업으로의 이동을 돕는 정책들. 이런 사회적 안전장치 없이 "개인이 알아서 적응하라"고만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물결에 올라타는 건 결국 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뒷받침이 함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물결을 막으려 하지는 말자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이런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그럼 차라리 AI 발전 자체를 늦추거나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이 지점에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위기감을 느끼는 건 정당하지만, 그 위기감이 AI라는 기술 자체를 적대시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역사를 돌아보면 비슷한 장면이 이미 있었다. 19세기 초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이 그렇다. 산업혁명으로 방직 기계가 보급되면서 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자, 이들은 기계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저항했다. 그 절박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계화의 흐름은 멈추지 않았다. 산업혁명은 계속 진행됐고,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와 산업이 그 위에 생겨났다. 러다이트 운동이 남긴 건 기계를 막았다는 승리가 아니라, 변화에 저항하는 것만으로는 결국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교훈이었다.

AI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AI가 유용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주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유용함을 가진 기술을 "내 밥그릇을 빼앗는 약탈자"로만 규정하고 막아서려 한다면, 그건 러다이트 운동이 반복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결과도 비슷할 것이다. 흐름은 막히지 않고, 저항한 사람들만 그 변화에서 더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AI를 적으로 돌리기보다, 이 기술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쪽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위기감은 인정하되, 그 위기감을 기술을 막는 데 쓰기보다 스스로를 대비시키는 데, 그리고 사회가 함께 대비하도록 목소리를 내는 데 쓰는 게 더 낫다고.

결국 남는 질문

물결은 이미 밀려오고 있고, 아마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운 좋게 그 물결의 방향과 비슷한 곳에 서 있었을 뿐이고, 그렇지 않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불안은 내가 함부로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올라타자"는 말을 다시 한다면, 이렇게 고쳐 말하고 싶다.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이 기술과 함께 일하는 법을 찾아가되, 그 과정이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지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그리고 그 손을 내미는 방식은, 기술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함께 설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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